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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굴레차! 

백건x청가람

14.09.21






 

아주 고요한 밤이었다.

풀벌레가 우는 소리도, 멍걸이가 마루 밑에서 기어나와 흔들리는 들꽃을 바라보며 왕왕 짖는 소리도, 옆 방에서 밤 늦게까지 은찬이 휴대폰 게임을 하는 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이었다. 반이 뚝 떨어져나간 달은 청승맞게 홀로 떠 지상을 비추고 있었고, 그 뿐이었다. 안개도, 구름도 없는 어두컴컴한 하늘엔, 점이라도 찍힌 듯 달 하나만이 떠 있었다.

청가람. 백건이 조용한 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등을 돌리고 누운 가람의 어깨가 움찔하며 떨렸다. 백건은 그걸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가람의 이름을 불렀다. 청가람, . 여전히, 가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잠결에 제 이름에 반응한 것이었을까. , 아니, 그건 말도 안 된다. 그것이 잠꼬대였다면, 언제나처럼 홍알홍알대며 시끄럽게 떠들 것이 분명한데. 그 쯤이 되자 백건도 오기가 생겼다. 대답을 해 줄 때까지, 백건은 계속해서 가람의 이름을 불렀다.

자냐? ? , 청가람. 진짜 자? 안 자면 대답해봐. 홍알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어깨는 이따금씩 떨릴 뿐이었다. 백건은 가만히 손을 뻗었다. 손끝이 어깨에 겨우 닿는 거리였다. 백건은 몸을 조금 움직여 완전히 가람의 어깨를 쥐고는, 조용하게 속삭였다.

 

 

웬일로 네가 얌전히 자냐.”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거야? 그러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가람은 여전히 자는지 대답하지 않았다. 백건은 가만히 숨을 멈추었다. 가람이 숨을 내쉬는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렸다. , 헛웃음을 치며 백건은 여지껏 참았던 숨을 가만히 뱉으며 입을 열었다.

 

 

안 자는 거 다 알아.”

 

 

그러니까, 백건은 입술을 깨물었다. 가람의 어깨가 움찔하고 떨렸다. 제 어깨가 손안에 다 잡혀서, 자고있는지 안 자는 것인지도 다 알 수 있는데, 너는 무엇이 문젠지 나를 자꾸만 속이려드는지. 백건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다시금 가람의 이름을 불렀다. 가람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슬슬 짜증이 났다. 대체 뭐가 문제인건데. 입속으로 내내 곱씹던 말을 하나하나 뱉어내며, 백건은 힘을 줘 가람의 어깨를 확 잡아당겼다. 가람의 몸이 바닥에 눕혀지고, 꿈뻑거리는 붉은 눈동자가 가만히 백건을 노려보고 있었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네 얼굴을 보면서 잠에 드는 게 소원이야. 네가 날 안 좋아 하는 거 알아, 근데, 난 니가 좋아, 청가람.

 

 

등보이지 말고, 이쪽 좀 봐, 청가람.”

 


그러니 제발, 나를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