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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 Christmas

미생

한석율X장그래

그는 알고 있었다

2014.12.25







장그래, 좋아해.”

 


당신이 웃는다. 쓸쓸한 얼굴로, 바스라질 것 같은 미소로, 당신이 그렇게 웃었다. 바보도 아니니,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에 나를 향한 감정이 담겨 있다는 것은 이미 옛적에 알고 있었다. 당신은 거짓말을 못했으니까. 숨기는 걸 지독하게도 못했으니까. 당신이 쓰게 웃어서, 나도 당신을 따라 웃어주었다. , 하고 짧게 대답하자, 당신의 얼굴에 잔뜩 아쉬움이 묻었다. 커피가 동난 종이컵을 입에 물었다. 잘근잘근 깨문 부분이 엉망으로 짓이겨졌다. 입술이 튼다며 발라주었던, 당신이 바른 것과 같은 투명한 립밤이 묻은 곳에선, 자꾸만 쓴 딸기 맛이 났다.

 


춥네요.”


 

당신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자, 당신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그래. 다시 한 번 당신이 나를 불렀다. 나는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 한석율씨. 당신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고, 주머니에 꽂아 넣은 손을 빼 한참을 만지작거렸고, 그리고 괜히 고개를 숙이고 푹 숨을 뱉었다. 당신이 다시 나를 바라본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한석율씨. 추우니까 빨리 말해요. 그렇게 말하려던 때.

 


좋아해, 장그래.”

 


당신이 쉽게 들려주지 않는, 낮고 진중한 목소리. 나는 거기에 미소지었다.


 

압니다.”

농담 아니야, 장그래.”

 


당신이 잔뜩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을 했기 때문에, 나는 한 걸음 당신에게 다가가 팔을 벌렸다. 말을 잘 듣는 얌전한 강아지처럼, 시무룩한 당신이 품에 안겨왔다. 넓게 벌린 팔에 매달린 당신이 그저 무겁기만 했다. 아니, 썩 무거운 정도는 아니었고…… 하여튼 나는 당신을 껴안고, 등을 쓸어내렸다.

 


진짜로, 좋아해.”

 


내 목을 끌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고 있어요.”


 

하고 속삭였다. 화악. 당신의 얼굴이 붉어져서, 나는 그만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