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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15

둥굴레차!

청가람X주은찬

주은찬은 끝까지 하늘에 오르지 못했다

2015.01.01







  주은찬은 끝까지 하늘에 오르지 못했다.

 

  나는 열여섯에 사시강림에 성공했으며, 스물 여덟에 하늘에 올랐다. 그 때에도 주은찬은 여전히 주술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채였다. 중앙에 남은 마지막 후계자. 주작 후계자 주은찬. 새까맣고 깊은 밤. 나는 여전히 변한 게 없는 너의 입술 아래에 난 점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가람, .”

  “어차피 여기에 우리 둘 밖에 없잖아.”


 

  뭐, 어때.


  너의 입에 수도 없이 입을 맞추고, 네 허리에 감긴 허리끈을 느리게 당겼다. 너의 목덜미에 자국을 남기고, 그리고 붉게 달아오른 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살결에 내 손끝이 닿을 때마다 너는 몸을 떨며 내 이름을 불렀다. 질끈 눈을 감은 네 얼굴이 보기가 싫어, 한 손으로 네 눈을 가렸다.


 

  “주은찬.”


 

  이름을 부를 때마다, 네 몸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손을 가져다 댄 피부가 화끈거렸다. 주은찬. 다시 이름을 부르며 네 허리에 입을 맞추었다. 네 몸이 파르르 떨렸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제 손을 가린 내 팔을, 내 머리통을 짓눌렀다. 힘을 쓸 줄 모르는 어린아이 같았다. 무작정 손에 힘만 주면 되는 줄 아는. 맞닿은 아래가, 마냥 뜨겁기만 했다.

 


  “주은찬. 하늘에 가고 싶어?”


 

  근데 난, 니가 하늘에 오르지 못했으면 좋겠어. ? , 주은찬. 너를 위로해준다던가, 기분 좋게 해준다던가, 하는 목적이 아니었기에, 나는 무작정 네 뒤를 꿰뚫었다. 찬 바닥에 닿아있던 네 허리가 움찔거리며 들렸고, 그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 네 허리를 감싸 안았다. 너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나를 찾았다. 허공에 손을 뻗고, 내 목을 끌어안았다. 네 속은 뻑뻑하니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기에, 나는. 너의 이름을 불렀다.

 

  주은찬.

 

  거짓말처럼. 너는 온 힘을 다해 나를 받아내었다. 전희도, 그 무엇도 없는 그저 욕망에 충실한 의미 없는 행위가 시작되었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정했다. 네 속에 듬뿍 쏟아내고, 네 어깨에 고개를 박고 숨을 몰아쉬다,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가람아? 죄 풀려버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네 모습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두 번을 더 사정했다. 내 밑에 엎드린 채 쓰러진 너는 죽은 것처럼 숨만 쉬고 있는 채였다. 가만히 너의 손목을 그러쥐었다. 주술연습을 하느라 손에 잔뜩 상처가 난 게 불쌍했다. 주은찬. 색색 숨만 쉬는 네 이름을 불렀다. 넌 왜 재능이 없어? 상처투성이인 손목에 짧게 입을 맞추며, 나는 조심스레 네 손목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네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 주은찬. 할머니 깨시잖아. 으득, 하고 부러진 네 손목이 덜렁거렸다.


 

  “주술도, 무술도 못하는 몸이 되면, 하늘에 올라갈 생각 따위는 접겠지.”


 

  아무리 멍청해도, 그 정도쯤은 생각할 수 있잖아. 손에 쥐어진 것은 여의주를 변환시킨 짧은 단검이었다. 하지마, 청가람, 하지마. 싫어, 주은찬. 너는 그렇게 말하며 울었다. 주술을 쓸 수도 없어, 주은찬. 걸을 수도 없게 되겠지. , 주은찬. 소리가 크잖아.

 


 

  “넌 나한테 이러면 안 됐어.”

  “그렇겠지.”


 

  피식 미소를 흘렸다. 너는 모든 걸 다 잃어버린 채였다. 나는 그게 내심 마음에 들었다. 너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한테 왜 이래, 청가람.”

  “글쎄.”


 

  그러게, 너한테 왜 그럴까. 너는 내게 마지막 남은 약점이거든, 주은찬. 그래서 버리고 가려는 거야. 나한테 약점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눈앞에 사신문이 열렸다. 너는 여전히 그 자리에 누워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너를 뒤로했다. 주은찬.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주은찬. 잘 있어, 금방 널 보러 내려올게.

 

 

 

 

 

  “나는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았어.”


 

  너는 그렇게 말하며, 세상이 끝난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게 아주 아프고 슬퍼보였는데, 나는 너를 달래줄 수도, 위로의 말을 건네줄 수도 없었다. 너는 마루 끝에 앉아 몸을 수그린 채로 엉엉 울다가, 이따금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청가람.”


 

  가람아. 가람, . 뚝뚝 끊어지는 내 이름. 나는 그걸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너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며 울었다. 두 손 밖으로 울음이 새어 흘렀다. 너의 좁은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너의 머리칼처럼 새붉게 물든 뺨을 바라보며 나는, 대답하는 것조차 잊었다.


 

  “그러니까, 가람아.”


 

  결국 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청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너는, 어느덧 내 눈높이보다 훨씬 작아져 있었다. 너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가람아, 청가람. 내 옷깃을 그러쥐는 네 손끝은, 마치 제 숨통을 쥔 생명줄을 쥐고 흔드는 것만 같았다. 너는 그렇게 애타게 내 옷자락을 쥐었고, 나를 푹 끌어안고서는,


 

  “제발, 내 이름 좀 불러줘, 가람아.”


 

  이게, 꿈이라고, 말해줘. 하고 애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