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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AU

둥굴레차!

현오X청가람

MASSAGE_3

14.09.27





 

아저씨.


 

저 어제 지하철에서 아저씨 닮은 사람을 봤어요. 습기 때문에 눅눅한 냄새가 나고, 한참 퇴근시간이라 인파에 밀려서 구석에 바짝 붙어서 버티고 있었는데, 열린 문으로 내린 사람들한테 아저씨 냄새가 났어요. 내가 맨날 아저씨한테 난다고 했던 냄새 있잖아요. 아저씨는 향수는 안 뿌린다고 했지만. 그 쎄하고 약간 깔끔하다는 거. 그 냄새가 나는 거에요. 그래서 내가 어쨌는줄 알아요? 거기서 열댓 정거장은 더 갔어야 되는데, 거기서 그만 따라 내렸어요. 웃겨, 진짜. 아저씬 자가용타고 다닌다면서요. 자동차나 지하철은 답답해서 싫다고. 그 생각이 계속 나고 분명히 아저씨가 아니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거기서 따라 내려서, 아저씨랑 닮은 사람을 찾고 찾다가 전철 두어 개를 보냈어요.

근데 너무 비참한 거 있죠. 아저씨는 나한테 지금 관심도 없잖아요. 업무용 메일주소라면서 보지도 않고, 연락처 남겼는데 연락도 안 오고, 나는 일주일에 몇 번씩 그 편의점 앞에 가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아저씨를 기다리는데 아저씬 코빼기도 안보이고.


……모르겠어요. 갑자기 내가 너무 한심하고 비참한 것 같고 그래요. 아저씨가 전에 그랬죠, 내가 아저씨한테 느끼는 감정은, 아저씨가 나한테 느끼는 감정은 절대 사랑이 아니라고. 그럼 이건 뭐에요, 아저씨? 대답 좀 해봐요. 분명히 내가 보고 듣던 사랑이란 건 이게 맞는 것 같은데, 이게 사랑이 아니면, 대체 난 뭐에요?

 


[보낸 날짜] 20XX72019:32 [읽지 않음]

           20XX년 9월 3일  04:35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