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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o_bot의 한 트윗을 인용했습니다.

둥굴레차!

주은찬X청가람

Dear. my love

14.09.30







노란 달이 떴다. 스산하게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리고, 모두가 잠이 든 깊은 밤이었다. 은찬은 애써 감정을 누르고 있었다. 바로 곁에 앉아 저를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가 오늘따라 지독하게 예뻤다. 전날 밤 끌어안은 채로 조그맣게 속삭이던 고백에, 가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았지만,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저를 끌어안은 은찬의 팔을 꼭 쥐었더랬다. 벅찬 감정이 속에서 들끓고, 당장에라도 누군가에게 이 일을 자랑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옳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은찬은 저도 모르게 으득 입술을 깨물었다.


옳지 않은 일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비난을 받을 일이 마땅한데도, 가람을 바라보는 그 감정은 오로지 사랑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가람과 현우야 속세와 등을 지고 살았다니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백건은? 당장에 내일도 얼굴을 봐야 하는 할머니와 학교에서는? 들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은찬은 그게 마음이 아팠다. 저들이 말하는 사랑이랄 것과 다를 것도 없는데, 이 감정만이 어딘가 한 구석에 따로 떨어져있다니.

 


주은찬. 왜 그래.”

 


지금 당장에라도 끌어안을 수 있는데. 겹쳐진 손을 맞잡고, 어깨를 끌어안고, 눈을 맞추며, 사랑한다 다정하게 속삭이며 입을 맞출 수도 있는데. 저를 바라보는 가람의 눈에 가득 걱정이 담긴 것을 바라보며, 은찬은 찬찬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것은 어쩌면, ‘업보일지도 모른다. 대대로 음의 기운을 가진 여자만이 가지던 후계자의 증표를 남자인 제가 가진 것도, 이토록 넘쳐흐르는 감정을 꾹꾹 누르며 살아야 한다는 것도 어쩌면 모두 제가 등에 업은 업일 것이라 생각하니, 주륵 눈물이 났다.

 


가람아.”


 

은찬이 끅끅거리던 울음을 참으며 가람의 이름을 불렀다. 겹쳐진 손을 꼭 쥐고, 어깨에 기대어 소리를 죽여 울었다. 가람은 위로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저 당황한 얼굴로 은찬에게 잡힌 손을 빼지 않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은찬은 아주 서럽게 울었고, 계속해서 가람의 이름을 불렀다. 가람아, 가람아. 울음에 젖은 눈을 바라보자, 여지껏 어물거리며 조심스레 은찬의 이름을 부르던 가람이 입을 다물었다. 사신이 아니었더라면, 업을 달고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당신네들이 말하는 신이 존재하는 것이라면.

 


가람아.”

 


입을 맞추었다. 목을 끌어안고 한 번, 입술을 떼고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던 가람과 눈을 맞추며 다시 한 번, 제 어깨를 밀어내려는 가람의 손을 붙들고 한 번, 눈을 감은 가람의 손목 안쪽에 한 번, 주은찬, 하고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응, 하고 대답하며, 은찬은 다시 입을 맞추었다. 구름에 가려 달빛이 비치지 않게 되었다. 세상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그 속에서 이따금 입을 맞추는 소리가 들렸다. 가람아, 가람아. 계속해서 사랑하는 이름을 부르고, 그리고 은찬은 그 때의 밤처럼 희미하게 웃었다.

 


가람아, 좋아해.”

 


가람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붉어졌다. 귀엽다, 은찬이 조그마한 소리로 속삭이자, 가람이 얼른 고개를 돌렸다. 몰라, 멍청아. 가람이 급히 자리에서 벗어나며 방문을 열었다. 잘 자, 가람아, 좋아해.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은찬의 상냥한 말에 가람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방문을 닫았다. 찬바람이 불었다. 마루 끝에 남은 가람의 온기를 씻어내듯, 바람은 모든 것을 훑고 지나갔다. 은찬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다시 바닥에 시선을 박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정말로 신이 존재한다면. 방금까지만 해도 사랑을 속삭이며 키스를 하던 입술이, 다시 아무렇게나 뜯겨져나갔다. 이렇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햇빛도 닿지 않는 곳에서만 키스할 테니까, 아무도 몰래 이 죄를 저지르며 평생 업보를 업고 갈 테니까.



그러니 하느님. 잠시만이라도 이 거짓 같은 달콤함을 허락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