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ㄱ님 건가람을 보고... 안쓸수가 없어서....ㅜ.ㅜ...
ㄷㄱ님이... 제 사랑을 많이많으 받으셔쓰면 조케따..;ㅁ;..
둥굴레차!
백건X청가람
너는
14.10.01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 가람의 표정이 이상할 정도로 밝아졌다. 급식이 맛없다고 투덜거릴 땐 언제고. 백건은 턱을 괸 채 제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고 창밖만 바라보며 휴대폰을 꼼질거리는 가람을 응시했다. 입가에 걸린 미소는 요 몇 년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환한 얼굴이었다. 가람은 수업시간에도 내내 집중하지 못했다. 몇 번이나 지적을 받았고, 꾸지람을 받았는데도, 가람은 여전히 들뜬 얼굴로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고만 말았다. 그것은 평소의 가람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라, 가람의 곁에 앉은 친구들이나 선생님조차도 멍한 표정으로 괜찮으냐 물어오고는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람은 안절부절하며 백건의 이름을 불렀다. 왜 이렇게 늦게 내려오느냐, 신발은 왜 이렇게 늦게 갈아 신느냐, 좀 빨리 걸으면 어디가 덧나느냐.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왔어? 하고 말하던 모습과 상반되는 그 모습에, 백건조차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날따라 가람의 걸음이 유난히 빨랐다. 좁은 폭으로 느릿느릿 걷던 것이 넓은 폭으로 어느새 저 멀리까지 가 있었다. 이따금 멀리까지 가선 백건의 이름을 부르며 빨리 오라 재촉하기도 했다. 백건은 가람의 그런 변화가 마냥 재밌기만 했지만, 역시 한 편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여느 건장한 청소년들이 그러하듯,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점심 먹은 게 소화가 됐다. 배가 부글부글 끓으며 꼬륵, 하는 불쌍한 소리가 났다. 백건은 가만히 저의 배를 들여다보더니, 덥석 가람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청가람, 나 배고파. 저기서 맛있는 거 팔잖아. 언제나처럼 자연스레 걸음을 옮기는데, 탁, 하는 매서운 소리와 함께 손등에 얼얼함이 느껴졌다. 저를 바라보는 가람의 눈은 짜증에 가득 차 있어, 백건은 그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가람을 바라보기만 했다. 백건의 손에 쥐어져있던 옷깃을 정리하더니, 가람이 짧게 숨을 뱉었다. 짜증스러운 표정은 얼굴에서 가셨지만, 백건은 여전히 그 얼굴이 떠올랐다.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서 한참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중에, 기어들어가는 가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미안.”
짤막한 사과에 백건은 의아해했다. 그렇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더 이상 파고들고 싶지는 않았고, 그 얘기가 이어지면 또다시 가람의 그 표정을 봐야 했다. 그래서 백건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한참이나 아무런 말도 없이 걷다, 먼저 말을 건넨 것은 백건이었다.
“너 오늘 기분 좋아 보인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체하며. 백건은 평소보다 한 톤 높은 목소리로 웃으며 물었다. 앞서 걷던 가람이 흘긋 백건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응.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돼? 백건의 물음에, 가람은 한참이나 고민하다 고갤 끄덕이며 휴대폰에 도착한 메시지 하나를 보여주었다.
-가람아 아빠 오셨어. 빨리 와
짤막한 메시지 한통. 백건은 그걸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끝? 뭐가? 이게 끝이야? 그럼. 너무도 순순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가람의 얼굴에, 백건은 그만 말을 잇지 못했다. 허!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어울리지 않게… 부모님 얘긴 하나도 안하더니. 백건이 입속으로 불만을 토하며 삐죽였다.
“그렇게 아빠가 좋냐?”
장난과, 그리고 어딘지 질투가 섞인 물음이었다. 백건은 제가 그렇게 물어놓곤 곧장 후회했다. 미쳤어. 이런 걸 왜 물어봐. 주제도 모르고 함부로 놀린 제 입술을 때리며, 말 잘못 나왔네, 하고 주워 담으려던 참이었다. 가람이 답지 않은 수줍은 표정으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부끄러운 표정으로, 가람이 예쁘게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백건은 분명 봤다. 가람이 웃었다. 그것도 아주 예쁘게. 그런 생각을 들어, 백건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무의식중에 예쁘다고 할 뻔했다.
집에 다다르자, 가람은 그만 갈게, 하고 손을 흔들며 저 멀리로 사라졌다. 백건은 가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주 오래오래 손을 흔들어주다가, 가람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제야 얼굴을 붉혔다. 나, 오늘 무슨 날 인가봐. 몇 년이나 가람을 알아왔지만 가람이 오늘처럼 들뜬 모습을 보인 것도, 짜증이 서린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것도, 쑥스러워 하는 것도, 수줍어하는 표정도, 아까처럼 그렇게 어여쁘게 웃는 것도. 온통 처음 보는 것 투성이였다. 그렇게 아빠가 좋냐. 다소 유치하던 말이었는데, 왜인지 잘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주린 배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그저 가람이 웃던 모습만 떠올랐다. 손을 흔들며, 내일 봐, 하고. 펄펄 날아갈 것 같은 목소리로 말하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좋은 구경했네. 잊으려고 해도, 자꾸만 가람의 얼굴이 떠올라서, 백건은 소릴 내어 웃으며 내일 어떻게 가람을 골려먹으면 좋을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거짓말처럼, 가람은 학교엘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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