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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ㅇ님 드리는 찬갈암....♥ 늦어서..ㅜ 늦어서 제송합니다...

둥굴레차!

주은찬X청가람

도쿄구울

14.10.18







너를 보았다.

 


……주은찬?”

 


언제나 새빨갛게 빛나던 눈동자였지만, 오늘은 무언가 달랐다. 깊이 패어 어둠에 질식해버린 듯한, 그런 끔찍한 느낌이 들었다. 네 입가에 묻은 핏자국이 보였다. 소매 끝이 붉게 물들어있었고, 네 발치에, 사람의 손가락 같은 것이 떨어져있어서, 나는 그만 구역질을 할 뻔 한 걸 겨우 막고서는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내 이름을 부르는 네 목소리가 끔찍하게 들렸다.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이라고 하도 뉴스며 시사 프로그램에서 떠들어댔으니. 밥을 먹다 말고 돌아간 채널에서 구울에 관한 역겨운 이야기를 쏟아놓질 않나, 학교엘 가도 온통 어느 구에 구울이 나타났다더라, 하는 얘기 뿐. 오히려 그 이야기를 모르는 것이 더욱 이상한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그런 네가 있었다.

 


……, 왜 지금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학교가 끝났던 것이 문제였다. 딱히 메시지를 보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았고, 곧장 집으로 돌아온 지금, 그 자리에 네가 서 있을 뿐이었다. 네 입술에서 뚝 피가 떨어졌다. 너는 그걸 닦을 생각도 못하고, 비척거리며 가만히 내게 다가왔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너를 붙잡아두려 귀걸이를 꺼내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날카로운 쇠붙이가 자꾸만 귓불을 찔렀다. 피가 나나? 끈적한 무언가가 손끝에 걸려서, 나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네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네 손이 내 멱살을 쥐었고, 입을 벌린 네 입술 아래에 뾰족하게 선 이빨이 보였다. , . 차마 그걸 외칠 수가 없어서,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입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비명이 샜다.

 

시야가 흐렸다. 눈앞에 분명 누군가가 서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게 누군지를 알 수가 없었다.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는 힘을 어떻게든 끌어 모아 눈을 가늘게 떴다. 얇은 손가락이 보였다. 덕지덕지 붉은 것이 묻어있는. 그리고 그 위로 네 얼굴이 보였다. 나를 바라보는 새빨간 눈, 새빨갛게 젖은 입술. 우습게도, 그 상황에 그게 퍽이나 예쁘다고 생각했다. 너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고.

 


은찬.”


 

네가 내 이름을 불렀다. 울음이 잔뜩 섞인 목소리. 그리고 낮게 울리는 짐승같은 울음소리. 너는 세차게 고개를 젓더니만 내 어깨를 흔들었다. 몸이 움직일 때마다 아팠다. 그저 아플 뿐이었다. 신음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숨조차 쉬기 힘든 상황인데, 너는 자꾸만 내 이름을 불러댔다. 멍하니 네 목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네가 이렇게, 내 이름을 불러주었던 적이, 있었던가.


 

미안, 미안해.”


 

사과하는 네 입술 속에서 무언가가 주륵 흘렀다. 새빨갛게 절은 그 무언가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네 얼굴조차 흐릿해보였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가 않았다. 너는 몸을 둥글게 말고 앉아, 내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내가 참지 못해서……그래서

 


아득하게 네 목소리가 멀어졌다. 가람아, 뭐라고 그랬어? 암만 물었지만 입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아니, 애초에 떨어질 입술이 있던가. 너는 자꾸만 내 어깨를 흔들던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온 얼굴이 새빨개졌다. 눈에 보이는 세상도 그랬다. 점점 멀어지는 세상이 새빨개졌다. 지독한 냄새가 났고, , 난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주은찬. 그저 네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만이 들렸다. 주은찬, 주은찬. 너는 뭐가 그리도 애석한지 거듭해서 내 이름을 불렀고, 기어이 네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아니, 그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