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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굴레차!

백건X청가람

청가람 관찰일기

14.10.15






_03.21

언제나 똑같은 시간에,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남자가 있다. 진짜 남자였던가? 하여튼. 그는 매번 똑같은 셔츠에 똑같은 향수에 똑같은 시계에뭐랄까. 단벌신사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 얼굴로 신사라니. 말도 안 되지만. 그래도 언뜻 보이는 셔츠 깃이나 소매 같은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완벽하게 다림질이 돼 있는 걸 보면 정말로 꼼꼼한 성격이거나, 아니면 함께 사는 누군가가 있는 게 틀림없지.

벌써 두 달째. 같은 시간에 같은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그를 만난다.

 

 

 



_03.27

어제는 그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아파트 입구에서 뭘 떨어뜨렸는데, 그걸 주워다 주면서였다. , 엘리베이터에서 보는 학생이네. 조그맣게 속삭이던 걸 귀신같이 알아채고 대답하자, 그는 퍽이나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 멍청한 얼굴이 참 볼만했는데. 찍어뒀으면 좋았을걸.

 

 

 

 

_04.01

그 날부터 그와는 서로 눈인사를 하는 정도가 됐다. 이름이 뭐야? 백건인데요. 그렇구나. 고운고? . 나도 거기 나왔는데. 내용은 정말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 당신 소매랑 셔츠 깃은 왜 그렇게 빳빳한데요? 누가 다려줘요?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판단돼서 매번 입을 다물었다. 그도 썩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두어 번의 눈인사. 두어 마디의 영양가 없는 대화. 그리곤 각자 갈 길. 참으로 깔끔한 관계였는데, 왜 그게 마음에 들지가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