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키타구구AU로 건가람 연성해주신 ㄱㄹㅁ님 감사합니다.... 3차창작
둥굴레차!
백건X청가람
맛없는 인간
14.11.14
“백년이 지나면 꼭 나를 먹어.”
입버릇처럼 말한다. 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술을 꾹 깨물고, 살짝 고갤 끄덕이곤 했다. 너는 언제나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는 했다. 턱을 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가, 문득 물음을 던진다.
“넌 언제쯤 맛있어져?”
그리고 대답한다.
“이제 20년 지났잖아. 80년 더 기다려.”
그러면 너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훽 고개를 돌리고 툴툴대는 것이다. 나는 그런 너를 이해할 수 없었고, 고마웠으며, 한편으론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너는 내 가족을 잡아먹었다. 아빠도, 엄마도, 할아버지도, 모두 그렇게 제 뱃속에 밀어 넣었으면서 내게만은 그러지 못했다. ‘맛없는 인간’ 이라고 했던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네가 등 뒤로 다가왔다. 훅 네 숨결이 목에 닿았다. 네 날카로운 이빨이 닿았고, 곧 네가 구역질이라도 할 것처럼 입을 틀어막았다.
“맛없지?”
피식 웃자,
“얼른 맛있어지기나 해.”
하고 입을 삐죽였다.
잠이 든 네 얼굴을 아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너는 이렇게나 무방비한데, 나는 그 긴 20년이라는 시간동안, 단 한 번도 너를 죽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물론 처음에야 그랬다. 처음에는 칼을 들 때마다 등 뒤에서 너의 살을 후벼 파는 상상을 했다. 흩어진 살점들을 짓밟고 부러진 뼛조각을 네 몸속에 박아 넣는 상상을 했다. 물론 그 직후, 네게 죽임을 당하는 내 모습 또한. 밤마다 잠이 든 네 목에 손을 들이밀었다. 네 목의 둘레를 재듯, 가만히 목을 쓸고, 두 손으로 살풋 움켜보았다. 그럼에도 너는 깨어나지 않았다. 언젠가 그렇게 물었을 때였다.
“백건. 내가 널 죽인다면, 어떨 것 같아?”
너는 멍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어엉? 하고 되물었다. 그러니까, 내가 너를 죽인다면. 거기까지 말했을 때, 네가 내 손목을 움켜쥐었다. 잡힌 손이 비틀리듯 아파왔다. 나는 슬쩍 인상을 찌푸렸고, 너를 올려다보았다. 네 눈은, 너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때와 같은 눈이라, 나는 그만 겁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또한 너의 그 말이, 참으로 당연하게 들렸기 때문에.
“아니.”
라고, 멍청한 나는 대답해 버린 것이다.
너는 인간을 먹는 괴물이었다. 괴물이다, 라고 하지 않는 것은, 네가 더 이상 인간을 먹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 달에 두어 번, 끌어안은 손이 풀리며 네가 부스럭거리며 방문을 열고는 했다. 멀어져가는 너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바라보다, 그렇게 잠이 들면, 다시 눈을 떴을 때 너는 어젯밤과 같은 폼으로 나를 끌어안고 있는 것이었다. 그 언젠가 네게서 맡았던 지독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네 어깨에, 가슴팍에 덕지덕지 묻은 사람들의 울음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확신했다. 너는 더 이상, 사람을 잡아먹지 않는 것이로구나.
“백건.”
그래서 말하는 것이다.
“내가 맛있어지면 꼭 나를 먹어줘.”
네가 더 이상 사람을 먹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를 먹은 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눈에 뻔하기 때문에, 나를 사지에 몰아넣었음에도 여전히 입을 대지 못하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걸 비웃고 싶기 때문에.
“약속한다고 말해.”
흘리는 말이 아니라, 확신을 바라는 것이다.
“약속할게.”
너는 인간을 먹지 못하니까, 분명 나를 먹지 못할 테니까, 나는 가족들의 품이 아닌, 너의, 품에 영원히 남을 수 있을 테니까.
“응. 약속했어.”
그래서 웃는다. 너를 향해 웃는 것이다. 나를 먹겠노라 약속한 네게, 그럼에도 나를 먹지 못할 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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