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굴레차 :: 건가람 조각글 (F. ㅅㄷ님)
2014. 12. 13. 14:34
문을 꼭꼭 잠근 채, 가람은 언제나 그 안에서 달뜬 소리를 내고는 했다.
매달 음력 15일. 청가람은 중앙에 처음 왔을 때부터 그랬다. 들어오면 죽여버릴 거야. 앞 뒤 사정도,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고, 가람은 그 날 하루 온 종일 화장실에 틀어박혀있었다. 이따금 사정이 급한 은찬이, 현우가, 백건이, 암만 문을 두드리고 들여보내달라고 사정사정을 해도 가람은 안에서 빼액 소리를 지르며 저리 꺼지라고 쿵쾅대기만 했다. 문을 부수려고 했던 백건 또한 마침 가람에게 얻어터진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몸을 사렸고, 현우와 은찬은 감히 엄두도 내질 못하고 있었다. 결국 셋은 일이 급할 때마다 산 중턱에 있는 식당엘 들어가 고갤 숙이고 사과를 하며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열두시가 치던 시각. 그제야 화장실의 문이 열리는 걸 보았다.
언제나 반쯤 지퍼를 내리고 있던 져지의 지퍼가 목 끝까지 올라가 있고, 왜인지 바지에 잔뜩 구김이 가 있었다. 언제나 희던 얼굴은 잔뜩 붉게 달아있어서, 그 얼굴이 퍽이나 야하다고 생각했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잘근잘근 제 입술을 씹고 있는 그 하얀 이빨이, 저를 또렷하게 노려보는 새붉은 눈동자가, 꼭 잠근 옷깃과, 머리카락 아래, 그 틈으로 언뜻 비치는 고운 살결이, 퍽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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