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소재봇의 트윗 참조
둥굴레차!
주은찬X청가람
네가 떠나고 난 뒤
14.12.14
네가 하늘로 올라가던 날. 애달픈 손으로 내 뺨을 어루만지는 걸, 난 죄다 알고 있었다.
미안해, 주은찬.
너는 작은 소리로 내게 사과했다. 네가 사과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너는 나를 내려다보며 울었다. 눈꺼풀 위로 네가 입을 맞추었다. 코끝에 닿은 네 머리칼이 간지러웠지만 나는 여전히 잠이 든 척을 했다. 너를 바라보면,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
너랑 함께 여기에 남겠다던 약속, 지키지 못해서, 그래서.
너는 그렇게 아주 오랫동안을 흐느끼다, 청룡문이 닫히는 소리에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가만히 몸을 일으켜 네가 들어간 그 문이 닫히는 걸, 그 틈으로 네 손끝이, 발끝이 사라져가는 걸, 아주 오랫동안을 바라보다, 결국 문이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에는 소리를 내어 엉엉 울어버렸다.
스물다섯. 나는 사신이 되지 못한 채로, 홀로 중앙에 남았다.
중앙은 조용했다. 언제나 거실 바닥을 구르며 TV를 보던 현우도, 소파에 누워 계속해서 입에 간식을 우겨넣던 백건도, 부엌에 서 얌전히 저녁준비를 하던 너도, 그 아무도 없었다. 너는 그렇게 사신이 되었다. 죽어도 사신이 되지 않을 거라던 너는, 스물다섯이 되던 해의 겨울, 이곳에 나를 남겨두고 그렇게 떠나버렸다. 백건은 스물이 되던 해에 하늘로 올라갔고, 현무도 스물두 살에 하늘에 올랐다. 너는 열여섯에 이미 하늘에 오를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사신강림을 하지 못한 나를 안쓰러이 여겨 내 곁에 남아 있었다.
너는 그 몇 년 동안 온갖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아마 상냥한 어머니가 있더라면, 그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아침마다 갓 지은 따뜻한 밥을 내어주고, 멀끔하게 다린 옷을 건네주고, 수련을 할 때면 너는 이런 점이 문제이고 하는 것들을 모조리 알려주었다. 네가 그렇게 열심이었음에도, 그렇게 나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나는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나는 여전히 주술을 두 개 밖에 쓰지 못하는 반쪽짜리였고, 너는 정상에 서 있었다. 너를 하늘로 올려 보낸 것은 나였다. 네게 미안하고 죄스러워, 나는 억지로 네 등을 떠밀었다.
금방 따라갈게, 가람아.
나는 그렇게 말했고, 너는 나를 배려하며 내가 잠든 깊은 새벽에 하늘로 올랐다. 나는 그 날 새벽이 다 가도록 아주 오랫동안을 울었다. 너의 이름을 부르고, 죄 없는 너를 원망했다. 수도 없이 너의 이름을 부르다 동이 텄고, 나는 새빨개진 눈으로 하루 온 종일을 방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네 이름을 되뇌었다. 언젠가 할머니께서 찍어주었던 우리들의 사진은 이미 색이 바래고 귀퉁이가 잔뜩 닳아 있었다. 너와 현우의 어깨에 팔을 두른 내 환한 웃음과, 그런 나를 흘겨보는 너. 그리고 우리의 등 뒤에 멍걸이를 안고 서 있던 백건. 너는 그 속에서조차 쌜쭉한 표정이었다. 무엇이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무엇이 그리 걸렸는지,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에서 나는 이제 안타까움을 찾았다. 같은 사진만 수천, 수만 번을 봤으니 그런가봐, 들어줄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서, 나는 혼잣말이 늘어만 갔다. 이제는 사진을 보아도 별로 슬프지 않았다. 창고 한 구석에 모조리 처박아 두었던 앨범들을 다시 꺼내놓았고, 요즈음엔 너와 함께 있었을 적의 꿈을 꾸고는 했다. 주은찬. 내 이름을 불러주는 네 목소리가 참 달고 달아서,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면 잔뜩 울어버리기는 했지만.
게 두 마리를 끓는 물에 집어넣고 뚜껑을 닫았다. 게를 데친 물에 고대로 양념을 하면 퍽이나 맛이 있다고, 네가 그랬던 것 같기도 했다. 아니면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겠지. 꽃게탕은 네가 유난히 자주 해주던 단골메뉴였다. 그 이유가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란 것을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네가 해줘서 너무 좋았어, 가람아. 그야, 네가, 좋아, 했으니까. 화악 얼굴을 붉힌 너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듯 그렁그렁 울음이 맺힌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이 참으로 예쁘고 미안하고 감사해서 나는 너를 끌어안고서 한참이나 고맙다는 말을 속삭여주었다. 너는 언제나 나를 위해 살았다. 고맙게도, 이 보잘 것 없는 나를 위해.
양념을 치고, 다 끓어갈 때 쯔음 길게 썰어놓은 야채를 집어넣었다. 네가 딱 이랬다.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리면, 다 돼가니까 조금만 참아, 하고 말하면서, 이 쪽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요리에 집중하고는 했는데. 하이얀 쌀밥 한 공기랑, 수저만 놓인 상에 가만히 냄비를 얹었다. 잘 먹겠습니다. 들어줄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걸 알면서, 습관처럼 뱉은 말이 퍽이나 안쓰럽고 슬펐다.
왈칵 울음이 났다. 너는 여기에 없다. 너는 하늘로 올라갔고, 나는 여전히 여기에 남아있다. 나는 계속해서 너를 그렸고, 너를 불렀고, 너를 꿈꾸었는데. 왜 네 손길이 닿지 않은 이 저녁에서 너의 손이 묻어나는 것 같은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내 참아왔던 울음이 터졌다. 네가 정말로 잘하던 음식이었는데, 네가 해 준 음식을 먹고 있노라면 하늘에라도 날아갈 것 같았는데, 참 맛있고 언제나 그리운 음식이었는데. 나는 왜, 내가 한 이 음식에서 너의 맛이 느껴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또다시 너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평생 네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는데, 내 곁에 네가 없으면 하루라도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나는 지금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어서, 이렇게 멀쩡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서, 요리라고는 라면 하나 제대로 끓이지도 못하던 내가 이렇게 네가 없이도 밥을 먹고 있다는 게 너무나도 슬퍼서. 나는 그만 두 손에 얼굴을 묻은 채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청가람. 가람아, 가람아. 나 지금 너무나도 슬퍼.
난, 왜, 가람아. 네가 없이, 이렇게나, 멀쩡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어째서 혼잔데, 이렇게나 괜찮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가람아, 대답해봐, 응? 왜, 왜일까, 대체.
난, 이런 건 바라지 않았는데.
연성소재봇( sojae_bot ) 의 트윗 참조
: "내가 가장 슬펐을 때가 언젠지 알아? 너랑 헤어졌을 때도, 우리 둘이 찍은 사진을 봤을 때도 아니야. 어느 날 내가 한 김치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그건 네가 잘 하는 음식이었는데 내가 그걸 잘 하게 돼버려서, 너 없이 괜찮아져서. 그래서, 너무 슬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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