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오락수호대
치트X패치
Repulsion
14.12.15
내내 골을 울리던 불쾌한 감각이 사라지자, 지독한 냄새가 났다. 아주 오랫동안 질리도록 맡아온, 역겨운 냄새. 구역질을 할 것만 같아서 얼른 입을 틀어막으려는데, 왜인지 손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덜컹. 팔을 들 때마다 덜컹, 덜컹, 하고.
안색이 싸하게 굳어지고,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기억속에서 패치는 기억의 꼬리를 잡아끌었다. '이런, 대리님. 이런데서 주무시면 곤란한데.' 바닥에 나뒹구는 술병이 보였고, 손끝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아마 현실이었겠지만,
패치의 눈앞에, 징그러운 미소를 띤 치트가 앉아 뚫어져라 눈을 맞추고 있었다. '대리님, 제가 누군지 기억은 하시려나?' 그리고 푹. 팔뚝에 얇은 주삿바늘이 꽂혔고, 그리고 패치는 정신을 잃었다. 술 집의 바텐더가 기억하는 것은 패치를 들처업고
얌전히 값을 치르고 가는 치트의 뒷모습이었다. 덜렁덜렁. 힘없이 치트의 어깨에 매달린 패치의 손이 흔들렸다. 바텐더의 말을 빌리자면, 그 모습이 참으로 흉측한 뱀 새끼가 웃는 것같은 소름끼치는 얼굴이었다던가. 하여튼 패치는 고개를 들었다. 치트의
입에서, 그 역겨운 냄새가 나고 있었다. '대리님, 정신이 들어요?' 짝. 가볍게 뺨을 치는 매서운 손길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다시 한 번 치트가 손을 올려 패치의 뺨을 후려쳤다. 가볍고 가벼운 손놀림. 그 속에 담긴 무게는 장난이 아니었지만.
치트는 그렇게 서너 번을 패치의 뺨을 올려붙이더니,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정신이 든 모양이네요, 대리님.' '그러게 왜 먹지도 못하는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선... 연락 받고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미소가 걸린 그 얼굴이 역겨웠다. 그 어투가
저를 훑어내리는 시선이, 방금까지 사납게 후려치던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끈적하고 징그러워서, 패치는 저도 모르게 벽에 등을 바짝 기대었다. 치트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미간이 좁아졌다가 다시 풀어졌다. '대리님도 참...' 치트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패치의 어깨에 코를 박고서, 치트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대리님 지금 술 냄새밖에 안 나는데요.' 근데, 그게 야해요. 입에 걸린 미소가 좀처럼 추락할 줄을 몰랐다. 치트는 패치의 어깨에 손을 얹고, 힘을 주어 몸을 찍어누르며 웃었다. 대리님.
저를 불러제끼는 그 목소리가 이렇게 소름이 끼치고 질색을 하게 될 줄은, 그가 제 밑에 있을 때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이었는데. 패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덩달아 치트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대리님, 내 입버릇 아시잖아요?
원래 붉은 것들은 익고 익어서, 아주 시뻘겋게 농익을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가 제 밑에 있을 적에도, 지금도 수도 없이 들었던, 지겨운 그 말. 치트가 싱긋 웃으며 패치의 뺨을 툭툭 쳐댔다.
그렇게 최고로 익었을때 딱 따먹는 맛이 최고로 아찔한데 말이야. 패치는 저도 모르게, 어느새 그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크, 역시 대리님은 날 좀 안다니까요.' 다른 멍청한 새끼들은, 이걸 기억을 못하더라고, 인생의 지침선데 말이야.
'그러니까 대리님, 계속 이렇게 내 옆에 있어요?' 응? 죽을 때까지. 지겨운 얼굴, 징그러운 미소, 몸에서 풍기는 역겨운 향에, 숨통을 죄여오는 목소리. 패치는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이것이 현실임을 알고 있으면서, 이것이 꿈이길 수도없이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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