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굴레차!
현우x청가람
도깨비 창고
14.09.07
“여기가 어딘데?”
“도깨비 창고라고, 할머님께서 보패를 보관하는 곳입니다.”
가볍게 당긴 문이 덜렁거리며 떨어졌다. 아, 그 문, 주작 공자가 부셨던 겁니다. 현우는 짧게 지적하더니 선반을 둘러보았다. 가람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걸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할머니가 찾아오라는 게 뭔데?”
“찻잔입니다. 공자도 노시지만 말고 좀 찾는 건 어떻습니까.”
“찾고 있잖아, 눈으로.”
가람은 입을 삐죽이며 대답했다. 현우는 한참이나 그 말을 듣고 고민하는 듯 하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뭐야. 가람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되묻자 현우는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저런. 의자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너…뚫린 입이라고……”
가람이 주먹을 흔들자 현우는 얼른 모른 체 하며 선반을 꼼꼼히 살폈다. 창고 안에선 여느 창고가 그러하듯 퀴퀴한 냄새가 났다. 가람은 인상을 쓰며 빨리 좀 찾아봐, 하고 현우를 보챘다.
“저깄잖아.”
현우의 시선은 금방 가람의 손끝으로 향했다. 가람에겐 턱없이 높은 높이라, 의자가 필요하지 않겠어? 하고 비아냥거리려다 입을 다물었다. 현우는 끙, 하고 짧게 앓는 소리를 내더니, 뒤꿈치를 들고 손을 휘적였다. 손을 뻗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찻잔을 쥐었고, 현우는 환한 얼굴로 찾았습니다, 하고 가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가람은 벽에 기댄 채로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공자,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
후계자 중에서는 백건이 가장 덩치가 좋았다. 키도 엄청나게 컸고, 근육도 다부져 안 그래도 큰 키를 더욱 커보이게 만들었다. 백건과 같은 방을 쓰던 탓에 백건의 체격이 익숙해져 있었고, 아무래도 그 곁에 있는 현우나 은찬이 더욱 왜소해 보이던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자 걷잡을 수가 없었다. 저 녀석이 원래 저렇게 키가 컸었나. 어느새 가람은 그 생각에 빠져있었다.
“공자, 어디 아프신 거 아닙니까?”
“…무슨…!”
“얼굴이 벌건데…”
그렇게 말하며 현우는 손을 뻗어 가람의 이마를 짚었다. 가람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른 현우의 손을 떼었다. 나 미쳤나봐. 입속말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람은 얼른 등을 돌렸다.
“빨리 나와! 문 잠굴 거니까…”
고개도 들지 못하고 소리만 지르는 가람을 바라보다 현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공자, 혹시. 현우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귓가에 맴돌았다. 현우는 불쑥 얼굴을 들이밀더니, 가만히 입을 떼었다.
“저한테 반하신 겁니까?”
그 말은 한치의 망설임도, 부끄러움도 없었다. 100퍼센트의 확신이 담긴 말이었다. 잘생겼다는 건 참 곤란한 거군요. 현우는 콧대가 높아져 한껏 의기양양해했다. 가람은 창피함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신음을 흘렸다.
그 날, 하루 온 종일 현우는 가람의 모습만 보이면 얼른 가람의 곁으로 가 조그마한 소리로 중얼거리고는 했다.
“청룡공자, 저를 너무 좋아하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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