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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ㅇㅁ님 사랑해여!!♥.♥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둥굴레차!

백건X청가람

여름의 끝

14.10.04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이었다. 언제나 들려오던 매미 울음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머리에 쓴 밀짚모자가 무색하게 느껴질 무렵. 어릴 적의 너는 입을 다무는 법을 몰랐으니, 내 역할은 너의 말을 들어주며 고갤 끄덕여주는 것 뿐 이었다. 시덥잖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방학 숙제, 어제 방영한 만화영화, 지독하게 슬프다던 멜로 영화. 나는 흘러가는 대화에 가만히 고갤 끄덕이며 멍하니 저 먼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청가람.”



나를 부르는 네 목소리가 들려서, 그래서 고개를 돌렸을 뿐이었다.


입술에 확 온기가 느껴졌다. 감은 눈 아래로 드리워진 속눈썹이 참 길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너의 갑작스런 행동에 무슨 반응을 보여야 좋을지를 몰랐다. 너를 따라 눈을 감을까? 슬쩍 몸을 빼며 싫다고 말해? 내 그런 고민들이 무색하게, 너는 입술을 떼며 씩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좋아해, 청가람.”



답지 않게 다정스레 건네오는 그 말이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매미가 우는 소리가 아득하게 멀어지고, 발끝에 걸린 따가운 햇볕이 물러가기 시작했다. 높아만 가는 하늘이 정말로 여름이 다 끝나버렸음을 알려주었다. 그래서였다. 여름이 다 가버렸기 때문에. 그 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네게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