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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둥굴레차!

백건X청가람

제목미정

14.10.05







이쪽 봐, 청가람.


백건의 손이 날카롭게 선 가람의 턱을 쥐었다. 백건은 제 감정을 억누르는 법조차 잊은 듯 했다. 치워. 가람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백건의 손을 내쳤다. 백건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가람이 문 밖으로 나가려는 걸, 손목을 붙들고 막았다. 뭐야, 백건. 싸늘한 말이 들려왔다. 차가운 말. 그게 가슴을 후벼파듯 했다.


내가 널 사랑한다잖아.


샛노란 눈에 오직 가람의 얼굴만이 찼다. 언제나 희미하게 빛나던 선홍빛 눈동자가 점차 경멸에 젖었다. 그걸 보고서, 백건은 그만 참을 수가 없었다. 백건은 매섭게 가람을 몰아붙였다. 벽에 밀어붙여진 등이 저릿해서 가람이 짜증스럽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이거 놔, 백건. 여전히 경멸을 담은 목소리가 들렸다. 백건이 소리를 내지르려던 듯 입을 열었다, 다시 다물었다. 가람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게 참으로 비참해서,


씨발.


짧게 욕지거리를 뱉어내며 백건이 가람의 옷깃을 놓았다. 훽 뒤돌아선 그 모습에 가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명 한심한 제 꼴을 비웃었을 것이라고, 백건은 그렇게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