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임봇 홈(@Writers_Home) 10.18-19 트윗 참조.
코스모스가 피었지
14.10.19
10월 20일
오랜만이야.
가을이 됐더라. 코스모스가 피었지. 그걸 보니까 딱 알겠더라. 어제는 억새 축제엘 다녀왔어. 친구랑 같이 갔는데, 우습게 네 생각이 나더라. 딱 일 년 전이었지. 그 때도 너랑 그 축제엘 갔었는데. 바람에 억새가 흔들리고, 그 수없이 자라난 사이로 네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어. 작년에 네가 그랬던 것처럼. 어딘가에서 튀어 나와서, 내 옷자락을 쥐고, 놀랐지, 라고 환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줄 것만 같았어. 너랑 함께 사진을 찍었던 장손데, 너랑 손깍지를 끼고 걸었던 장손데, 솜사탕을 입에 물고 웃던 네가 여전히 내 앞에 있는 것만 같았는데, 현실은 참 잔인하게도 너는 내 곁에 없었어. 너는 지금 뭘 하고 있어? 아직도 크림 스파게티를 좋아해? 아직도 꽃다발은 별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해? 매일매일 손목에 주렁주렁 매달고 오던 팔찌들도 여전해? 아직도, 내 생각이 나?
너랑 그렇게 끝내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렇지만, 알잖아. 마지막에 네가 좀 지겹게 굴었던 거. 그에 비해 미영이는 참 착하고 배려심이 깊은 애였는데.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오랜만에 네 생각이 나서 그랬어. 지금 몇 시지? 새벽 두 시네. 너 아직 깨어있을 텐데… 맨날 나한테 전화한다고 이 시간까지 안자고 있었잖아. 요즘도 그래? 이거 보면 전화라도 해줘. 답장 보내도 괜찮고.
3시간 뒤
*FW : 오랜만이야.
개새끼.
* forward, 혹은 forwarding의 약자로, 전달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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