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7 노골적인 단어 주의
트친분 그림보고 허락받구 쓴거!
둥굴레차!
주은찬X청가람
시들한 관계
14.11.02
너무 예뻐, 가람아. 처음 내 어깨를 그러쥐고 입을 맞춰오던 날, 너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내 어깨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잘근잘근 입술 안쪽을 깨물고, 너의 숨을 삼켰고 혀가 얽혔다. 너는 그 날 내 몸에까지 손을 댔다. 내 옷을 벗겨내는 그 손길을 막지 않았다. 이따금 네가 조용하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후회 안 해, 가람아? 어, 안 해. 네 입에 진득하게 입을 맞췄다. 아파 죽을 것 같았고 비명이 새나왔지만 그 때마다 네가 키스하며 미안해, 라고 말하는 데에 혼이 팔려 꾹 참아내었다. 그날 새벽. 너는 벌어진 내 옷을 정리하며 몇 번이나 바보 같은 웃음을 흘렸다. 좋았어? 조심스레 묻는 내 말에, 네가 다시 한 번 배시시 웃어서, 나는 다시 네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 후로 우리는 수십 번을 더 몸을 섞었다. 그 때마다 너는 내게 미안해했고, 고맙다고 말했고,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였다. 나는 너의 웃는 얼굴이 좋았다. 멍청하게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르고, 내 뺨을 쓸어내리며 예쁘다, 라고 말해주는 그 말이 좋았다. 그래서 더더욱 너를 옭아매고 싶었다. 네가 온전한 내 것이 되기를 바라면서.
“주은찬.”
가만히 스쳐지나가는 손목을 붙들었다. 네 어깨를 쥐었고, 찬찬히 입술을 가져다댔다. 그것은 순간이었다. 네가 훽 고개를 돌리고,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굳었고, 네가 내 눈치를 보는 것이 보였다. 네가 다시 입을 맞추려고 했다. 나는 손을 뻗어 네 어깨를 밀어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가 내 이름을 불렀다. 가람아. 언제나와 같은 그 다정한 목소리에 괜한 웃음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깨에 쥔 손을 가만히 내려 허리를 끌어안았다. 반대편 손이 자연스레 움직여, 허리를 쥔 손에 깍지를 끼었다. 너를 놓지 않으려는 듯. 팔 안에 너를 가두자, 네게서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확 풍겼다.
“뭐했어?”
“어?”
“너, 이상한 냄새 나.”
마치, 우리가 몸을 섞었던 그 때의…… 머리가 새하얘졌다.
“주은찬, 대답해.”
“……”
“백건이랑 섹스했어?”
내내 나를 바라보던 눈동자가 굴러갔다. 아, 주은찬. 짓이기던 입술에서 비릿한 맛이 났다.
“물어보잖아. 백건이랑 했어?”
“……”
“……”
“……했…어…”
네 눈에 잔뜩 죄책감이 묻어났다. 아니, 정말로 죄책감이던가. 문득 요즈음의 네가 떠올랐다. 몸을 섞을 때에도 너는 무언가 정신이 팔린 듯한 얼굴이었다. 어딜 봐, 주은찬. 날 봐. 내가 그렇게 말하며 너의 목을 끌어안으면, 그제야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웃고는 했다. 응, 미안. 가람아. 많이 좋아해. 그 좋아한다는 말은… 진심이었을까. 한 번 너를 의심하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가 없었다. 왜 요근래 백건이랑 그렇게 붙어 다녔는지. 둘이 그렇게 있을 때 내가 나타나면 화들짝 놀라며 말을 더듬었는지, 왜 너를 바라보는 백건의 눈이, 그렇게나 야해보였던지.
“하!”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니까 주은찬, 넌…. 손을 뻗어 네 멱살을 쥐었다. 네가 슬쩍 미간을 좁히며 내 이름을 불렀다. 가람아, 그게… 네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 역겨웠다. 나를 부르는 네 목소리를 그렇게나 좋아했었다. 가람아. 천천히 벌어지는 그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이 좋았다. 낮게 울리며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내 이름을 부르고는 했었다. 그런데 그게, 다 거짓말이던가. 대체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이었는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넌 지독한 거짓말쟁이였다.
“말했잖아, 주은찬.”
“……”
“나 이외에 새끼랑 섹스하면 너랑 그 새끼 둘 다 찢어서 죽여버린다고.”
네가 뭐라고 했더라. 그럴 일은 없을 테니, 안심, 하라고.
“그치만 가람아.”
“……”
“…나…더 이상 너를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아.”
네 눈가가 촉촉하게 젖은 게 보였다. 동시에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네 입술이, 가만히 움직였다.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도, 네 이름을 부르고 싶다는 생각도, 네 손을 잡고, 네 뺨에 입을 맞추고, 진득하게 키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섹스…하고 싶은 생각도, 전혀 안 들어. 네 말을 이해할 수가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벌벌 손이 떨려서 내내 멱살을 잡고 있던 걸 풀어버렸다. 너는 내 쪽을 쳐다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대체, 어쩌면 좋을까.
“……미안해, 가람아.”
그 말이 참으로 무책임하게만 들렸다.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라는 건, 아마 이런 기분일 거야. 내 이름을 부르는 네 목소리조차 역겹게 들렸다. 나는 가만히 한 걸음을 물러났다. 이런 순간에도 너의 그 표정이 참 안아주고 싶은 표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미쳤지, 청가람.
“넌 있지, 주은찬…”
넌……. 가만히 네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마음을 추슬렀다.
넌 주은찬, 넌.
“…진짜…나쁜 새끼야.”
고작 나온 게 그딴 우스운 말이라니. 내 자신이 한심하고 우스워서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곤 도망쳐버렸다. 네가 가만히 나를 돌아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얼른 어디에라도 들어가고만 싶었다. 나는 있지, 주은찬. 네가 역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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