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언제나 외로운 것처럼 보였다. 네 주위에 사람이 없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너는 그저, 자신은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며, 제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애써 미소를 짓고, 즐거운 듯 웃어보였다. 사실은 하나도 그렇지 않았음에도. 언젠가 본 적이 있다. 땅거미가 지던 하얗게 눈이 내리던 겨울날. 코트 주머니에 손을 꽂고,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 듯 머언 곳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며, 나는 문득 네 뺨에 흐르던 굵은 눈물을 보았다. 나는 그걸 못 본 체를 하며 여전히 너의 곁에 남아있었다. 너는 사람을 미워할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제게 암만 심한 말을 하더라도 바보처럼 하하, 웃고는 끝이었다. 화를 낼 줄 모르는 멍청이같았다. 아니, 너는 멍청이가 맞았으니 이건 결코 심한 말이 아니었다. 언젠가엔 네가 당항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조용한 목소리로 너를 바라보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언제나 너를 바라보고 있었노라고. 너는 당황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평소보다 눈이 조금 더 커 보였다는 것 정도일까. 너는 씨익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겹쳐진 내 손등을 쓸어내리며, 고마워, 라고 말했다. 나는 네가 로봇이나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네가 고등학생이 되자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내내 학교를 나오지 않더니, 전학을 했다느니 자퇴를 했다느니 소문이 무성했다. 너의 친구라 생각했던 아이들의 입에서 너의 험담이 튀어나왔고, 나는 참을 수가 없어 그 아이들의 머리를 쥐어뜯고 목을 조른 뒤에 교무실로 끌려가 한참이나 혼이 났다. 선생이 묻는 말에, 나는 ‘너를 욕했으니까, 그걸 참을 수가 없었다.’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교내에서 나는 미친 또라이가 되었고, 그리고 네가 보고싶어졌다. 너의 그 외로운 얼굴,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는 듯한 텅 빈 눈동자, 버릇처럼 가만히 입가에 띄우던 씁쓸한 미소. 너는 지금 그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는 걸까. 문득 네 생각이 나서, 나는 멍청하게 울어버렸다. 그 때, 눈이 내리던 그 겨울 날 울던 너도, 이렇게 누군가가 미치도록 그리웠던걸까? 나는 한참이나 네 이름을 불렀다. 너는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서 숨을 쉬고 있을까. 그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고 있을까. 네가 많이많이 그리웠다. 언제나 쓸쓸하고 외로워보이던 네가 그리웠다. 너를 만난다면, 네 그 축 쳐진 어깨를 쥐고, 네 차갑게 식은 손을 잡고, 텅 빈 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나는 언제나 너를 그리고 있었노라, 너는 혼자가 아니라 말해주고만 싶었다. 그러니, 제발, 한번만, 내 앞에 나타나주기를.
“주은찬.”
가만히 너의 이름을 불렀다. 넌 듣지 못했겠지. 그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다시 한 번 그리움이 섞인 울음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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